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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by 백원기 2024. 4. 12.

사슴/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바라본다

*사슴의 향수를 시어로 형상화한서정
시이며 사슴은 시인 자신이고 시인의
자화상이다. 1938년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