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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카테고리

묵힌 세월

by 백원기 2010. 12. 21.
싫거나 맛없다고 내다 버리지 말자
오랫동안 묵혀두면 맛있는 그리움이 된다
묵은 세월에서 그리움의 싹이 트고
그리움 덩어리는 묵힌 것의 결정체
차디찬 얼음도 물을 그리워하며
녹여줄 더위를 찾아 헤맨다

통제되고 억압된 생활이 지겹다지만
훗날, 무용담으로 꽃피우는 사람들
시험 때가 되면 지겹던 공부도
묵혀놓았더니 이구동성으로 그때가 좋았단다
엄마 아빠에게 야단맞던 시절도
묵히고 나면 새록새록 솟는 그리움

묵은 것에서 아련한 엣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코를 뚫고 온몸에 퍼져 나간다
묵힌다는 것은 아픔, 아픔이 있어야 그리움도 있다
먼 훗날에 그리움 덩어리가 되어
지나온 세월 그리움 안고 오늘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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