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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카테고리

먹 구 름

by 백원기 2010. 12. 3.



오늘 밤에 먹구름이 마실 온단다
회색빛으로 덮어가는 가을 하늘

웃음소리 하나 없는 냉랭한 데서
서로 주고받는 말은 전쟁과 평화의
근심 어린 이야기
촛불을 켜놓고 밤을 지샌다

문밖엔 공기를 찢는 총알 소리 날카로운데
부모님은 자식들을 아랫목에 재우시며
낙심에 찬 말씀을 하셨지
여섯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가야 하나
큰 걱정하시던 그 말씀을
이불을 뒤집어쓴 채 나는 들었지

도무지 들리지도 않는 귀머거리들이
흉한 꼬리를 언제나 내리려는지
벌써 구세군 자선냄비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비는 밤을 지나 멈추고
하얀 눈송이 하나씩 날리려는데

못다 한 김장 걱정 할 일도 많아
이 걱정 저 근심이 가슴에 쌓여도
새벽이면 먹구름 고이 떠나 보내고
숲 향기 곱게 마셔 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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