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의 얼굴/鞍山 백원기
부슬부슬 봄비는 내리는데
마을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들어선다
문이 열리자 환하게 웃는 손자의 얼굴
초등, 이 학년 귀여운 얼굴에서
옛날 자식의 얼굴이 보인다
학교 가랴 태권도장 가랴 공부방 가랴
땀과 피곤의 하루가 가지만
그저 좋아 빵끗 웃는 얼굴
나는 우산을 펴 고사리 손을 잡고
나란히 웃으며 즐겁게 걷는다
그 옛날 고 삼이던 자식이
어둔 밤, 지친 몸으로 귀가하며
웃어 보이던 함박 웃음이
손자 녀석처럼 환하게 보였지만
웃음 한구석에 그늘진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데
자식이 지나갔던 그 길을
손자도 가야 한다 생각하니
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