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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카테고리

달려가던 그 집

by 백원기 2010. 11. 13.
달려가던 그 집
포천서 영종여객 버스를 타고
신설동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면
곧장 달려가곤 했었다
어른들도 반기시고
그도 나를 반겨 주었다
갓 스물을 넘기던 순정
오빠! 부르는 소리에
내 귀가 빨갛게 물들어가고
성악도답게 한소절씩 목청 높이던
가곡의 선율이 꿈꾸는듯했던 늦가을

전방에서 어렵사리 나올때마다
내 집처럼 발걸음 재촉하던 그 집
요것조것 입맛 당기는 반찬으로
나의 미각을 사로잡던 독상(獨床)
사진첩을 들춰가며 짚어주던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고 예뻤다
호들갑스럽던 언행이
나를 흔들어대던 그녀의 집은
그리움 자아내게 하는 산실(産室)

청춘은 아름답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인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아름답던 한 시절이 낙엽 따라 가버리고
뒤늦은 옛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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