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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터

by 백원기 2010. 6. 7.

옛 터/백 원 기

옛집이 그리워 등하교길 걷다가
축대 옆 돌계단 밟고 문앞에 섰더니
담장 안 뜨락에 빨간 장미꽃
초여름 햇살에 반기는 듯 고개를 내민다

어머니 손길 간직해온 장미와
빨간 앵두나무의 속삭임
타인의 집 옛 뜰에 잔잔히 흐른다

뒤뜰 같은 산 언덕에
아카시아 꽃향기 진동할 때
다정히 저녁 바람 쐬시던 두 분
무심한 꽃잎은 바람에 흩날려
길섶에 쌓여만 간다

장난기에 쫓고 쫓기시던 모습이
창문에 어른거려, 옛 생각에 잠기는데
복준물 지나 서낭당 터
색색이 헝겊 매달렸던 나무와
돌무더기도 사라진 새절고개가
오늘따라 유난히 가파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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