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터/백 원 기
옛집이 그리워 등하교길 걷다가
축대 옆 돌계단 밟고 문앞에 섰더니
담장 안 뜨락에 빨간 장미꽃
초여름 햇살에 반기는 듯 고개를 내민다
어머니 손길 간직해온 장미와
빨간 앵두나무의 속삭임
타인의 집 옛 뜰에 잔잔히 흐른다
뒤뜰 같은 산 언덕에
아카시아 꽃향기 진동할 때
다정히 저녁 바람 쐬시던 두 분
무심한 꽃잎은 바람에 흩날려
길섶에 쌓여만 간다
장난기에 쫓고 쫓기시던 모습이
창문에 어른거려, 옛 생각에 잠기는데
복준물 지나 서낭당 터
색색이 헝겊 매달렸던 나무와
돌무더기도 사라진 새절고개가
오늘따라 유난히 가파르기만 하다
'기본카테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으로 노크하던 날 (0) | 2010.06.14 |
---|---|
놓아 주련다 (0) | 2010.06.10 |
저작(咀嚼)의 수고 (0) | 2010.06.04 |
화려함의 종말 (0) | 2010.05.31 |
한 사람을 사랑했었네 (0) | 2010.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