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카테고리548 문 닫는 한 해 동산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환호하던 첫날 그날은 벅찬 가슴, 동해가 금빛으로 출렁이고 고산준령마다 새벽 안개를 걷어내며 메아리 진동하던 감격의 눈물 또 한 해를 맞는 환희에 찬 첫 날이었다 다가올 일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밀려오고 넘어지고 곤두박질쳤지만 용케도 살아남은 자처럼 문앞에 우뚝 서 있다 자랑스러운 용사처럼 창과 방패를 들고 지나온 격전의 전장을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감회가 새로워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세월이 빠르면 추억도 영글지 않는데 쏜살같은 세월에 추억의 결실이 걱정되고 동짓날 긴 밤 유난히 맑은 하늘 아래 단 한 번이라도 이웃 사랑하였는지 돌아보며 후회와 반성이 점철된 마지막 며칠 기억하고 싶은 일도 잊고 싶은 일도 많던 한 해 이제는 모두 모아 짐을 꾸리고 기억의 저편으로.. 2010. 12. 23. 묵힌 세월 싫거나 맛없다고 내다 버리지 말자 오랫동안 묵혀두면 맛있는 그리움이 된다 묵은 세월에서 그리움의 싹이 트고 그리움 덩어리는 묵힌 것의 결정체 차디찬 얼음도 물을 그리워하며 녹여줄 더위를 찾아 헤맨다 통제되고 억압된 생활이 지겹다지만 훗날, 무용담으로 꽃피우는 사람들 시험 때가 되면 지겹던 공부도 묵혀놓았더니 이구동성으로 그때가 좋았단다 엄마 아빠에게 야단맞던 시절도 묵히고 나면 새록새록 솟는 그리움 묵은 것에서 아련한 엣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코를 뚫고 온몸에 퍼져 나간다 묵힌다는 것은 아픔, 아픔이 있어야 그리움도 있다 먼 훗날에 그리움 덩어리가 되어 지나온 세월 그리움 안고 오늘을 산다 2010. 12. 21. 축복의 눈이 멈추기 전에 살을 에듯한 추위가 주춤하더니 함박눈이 펄펄 온종일 내립니다 일 년 열두 달 중 며칠 남은 마지막 달 오랜 아픔에 시달리는 당신이 생각나는군요 꽃피는 봄도 모르고 물놀이의 시원함도 잊고 결실의 계절마저 멀리 보냈다가 어느덧 다가온 겨울, 하얗게 눈이 내립니다 낭만의 하얀 눈송이가 반갑지도 않을 당신 의욕도 바램도 무의미한 시간의 흐름만이 당신의 모든 것 인양 힘들게 버티고 있지요 똑딱거리는 초침만이 귀에 익숙한 적막 자신의 고통과 처절한 싸움에서 이기려 온갖 힘을 다해 꿈틀거리는 생명 일상에서 멀어진 쓸쓸한 자리가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져 나는 당신을 위해 조용히 기도드립니다 어서 일어나 돌아와 웃음꽃 피워달라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축복의 눈이 멈추기 전에... 2010. 12. 17. 보이지 않는 스승 시린 칼바람 불어와도 의연히 서 있는 푸른 소나무 누가 키우지도 않았건만 잘도 자랐다 솔잎은 떨어져 누렇게 변해도 이 추운 날에 소나무 가슴 시리지 말았으면소나무를 바라보다 세상을 둘러본다 그들은 보고 들으며 자랐겠지만 가면 갈수록 치열한 생존경쟁 앞서 가는 사람 꿈을 꾸며 호된 고함과 채찍도 맞는다함께 있을 때 아름답게 평가되고 더 좋은 세상에서 빛나게 반짝거리려고 남 모르게 조금씩 훈련되고 있다 세상 사람은 모두 길러지고 나도 모르게 나도 자라고 있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스승이 되기 때문이다 2010. 12. 16. 이전 1 ··· 94 95 96 97 98 99 100 ··· 1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