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카테고리548 산정의 아침 내 입술이 슬그머니 열리면서 미소 짓게 하는 하늘 아래 꿈길을 간다 가을 하늘 바라보며 빽빽하게 서 있는 헐벗은 나무들이 맨발로 서서 손뼉을 친다 봄 여름 힘들게 키운 파란 자식들을 바싹 말려 지표면으로 털어내 이 사람 저 사람의 발바닥에 짓밟혀가며 수북이 쌓이는데도 서럽기는커녕 할 일을 다 한 양 묵묵히 서 있다 하늘과 맞닿은 하늘 금 향해 가파른 계단이 촘촘히 깔렸고 바람길 타고 넘어간 여름 태풍이 아름드리 소나무를 무참히 넘어트려 토막토막 가련하게 잘리어 쌓여 있다 세상 길과는 달리 눈에 거슬리는 것도 귀에 거슬리는 것도 없는 적막한 길 사람 아닌 사람들이 마실 것만 같은 맑은 샘물 하나 졸졸거리는데 빨간 모자를 쓴 옛 동지 하나 손 내밀어 끈끈한 정이 묻은 악수를 청한다 산비탈이 좋아 오르는 사람.. 2010. 11. 23. 벗어났으면 자족의 삶을 살아야 한다지만 아침이면 해가 뜨지 않을까 봐 밤이 오면 달과 별이 없을까 봐 걱정 아닌 걱정을 하다 하루가 간다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하얀 구름 유유히 떠가는 흰구름은 어디론가 향해 자신 있는 유영 나는 생각과 생각의 충돌로 부진하다 매일 아침 혹시와 만약으로 시작된 삶이 그렇게 끝나고 여전히 섭리에 대한 불신으로 갈피를 못잡아 헤매고 있다 더 채워야 할 덜 찬 그릇 나는 아직도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고 오늘도 어떻게 해야 하나 또 염려가 되는 삶에 허덕인다 2010. 11. 19. 낙엽(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울고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인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명시감상- 시인 구르몽은 나즈막한 음성으로 잎이 떨어진 자작나무 숲과 낙엽에 덮인 잔디 위로 우리를 안내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랑하는 시몬과.. 2010. 11. 17. 부드러운 입과 귀 부드러운 입과 귀뱉고 싶은 말을 입속으로 삼켜 가슴으로 정화한 다음 말하려는 쓰디쓴 인내의 삶을 살아야 하고 부드럽게 듣는 인격의 삶을 살기 위해 부드러운 입 하나와 귀 둘을 가져야 하리 권력과 명예와 부유함도 좋지만 자유롭게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경험과 보고 들음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부드러운 입술을 가져 상처를 주지 말고 부드러운 귀를 가져 상처를 만들지 말자 부드럽게 말할 때 앞날이 희망스럽고 부드럽게 들을 때 느슨해지는 신경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가운데 마음에 편안함을 누리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세상에는 없나니... 2010. 11. 17. 이전 1 ··· 97 98 99 100 101 102 103 ··· 1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