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 수필/봄맞이 산길
3월 19일 토요일 날씨는 최고 영상 14도 까지 오른다고 한다. 꽃샘 추위 끝나면 따뜻한 봄이 오리라. 내일 모래가 춘분이니 농부의 일손도 바빠지리라. 뿌연 황사가 아침부터 끼여 있어 옥에 티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보름 만에 떠나는 산행이라 부지런히 배낭을 꾸리고 문밖을 나섰다. 용산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을 왕십리에서 타고 45분 만에 양수역에 내려 고도366m의 부용산에 올랐다. 낮은 산이라 얕잡아 보았지만 양수리(두물머리)에서 오르는 산이라 해발 0에서 오른다고 보아야 하겠다. 역에서 700m거리에 부용산 입구 안내판이 있는데 정상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십릿길이였다. 그렇다면 평지길로 이십리 길은 될것 같다. 입구에 있는 약수터를 지나 한 발 한 발 나아갔는데 오르는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키가 큰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능선에 올라섰고 좌측으로 경사진 능선을 향해 이정표가 서 있었다. 저 아래로 중앙선 전철과 열차가 번갈아 큰 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이 산은 서있지 않고 누워있는 산이라 능선이 길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한 시간반쯤 올랐을 때 내려오는 산님들이 보였다. 그들은 대부분 국수역에서 청계산에 올랐다가 형제봉을 지나 부용산까지 연계산행하는 사람들로 4-50대의 연령층이였다. 정상이 얼마나 남았냐고 물으면 좀 더 가셔야해요, 라던가 저 봉우리를 지나가야해요라고 하면 사기가 떨어지기도 한다. 두 시간이나 넘어서도 자꾸만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만 탔지 정상이 보이질 않는데 어떤 부지런히 내려오는 산님께 물었더니 다 왔어요라는 말에 우리는 신이 났고 비 오기를 기다리는 마른 땅처럼 돌고돌아 오른 정상에는 흑색 표지석이 있었고 저 아래 두물머리를 바라보는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까지 2시간40분이 소요되었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걸었기에 20분정도 늦어진 것 같다. 정상까지 오는 길에 기억에 남는 곳은 양떼 목장처럼 펑퍼짐한 계곡에 샘물이 졸졸 흐르고 누런 잔디가 소복하게 깔린 곳에서 중년의 부부가 호젓하게 식사 준비 하는 모습이였는데 따뜻한 봄 햇살에 낮잠 한 번 자면 포근할 것 같아 그 계곡을 한 번 더 찾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하산길은 신원역으로 잡았는데 우리가 올라왔던 길 보다 험하고 가파르며 작은 돌들이 군데군데 깔려있어 딛고 내리는데 조심해야 하겠다. 부용산은 별 특징은 없으나 강물을 바라보는 조망과 아늑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양수역 들머리에 있는 많은 소나무들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봄맞이 산으로는 산세가 순하여 걷기가 좋았다. 산수유 진달래 나무 가지에 어린 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머지않아 아름다운 꽃들이 산야를 가득 메울것으로 기대된다. 동서남북으로 전철이 거미줄처럼 연결 되어 있어 실버들에겐 교통비 걱정 없이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편리하다. 신원역으로 내려가는 길은 조금 까다로워 스틱 사용도 잘 해야하고 발도 잘 딛어야 하겠다. 어느덧 하산 완료되어 신원역 까지 도착하였는데 한 시간 이상 걸렸고 총 산행 시간은 네시간이 소요 되었다. 봄맞이 산행은 부용산에서 뜻 깊게 맞이하였다. 오후 4시가 되니 배도고파 식당을 찾으니 이 곳에는 먹을만한 식당이 없어 양평 까지 가서 추어탕 한 그릇씩 먹었는데 눈도 밝아지고 기운도 나는것 같다. 추어탕은 호흡기와 환절기 기력을 보하는데 효과적이라 하니 많이 먹어야 하겠다. 양평도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 역앞에는 수십층의 주상복합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아무쪼록 더 큰 도시로 발전할것을 바라는 마음 간직하면서 용산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