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던 길도 지나고 나면 또 걷고 싶다
깊어 가는 가을, 짙어가는 안개
긴 긴 터널을 지나가듯
안개를 헤치며 아침 강가를 걷는다
한 잎 두 잎 낙하하는 갈색 이파리
성급한 낙엽들이 뛰어내리면
발끝에 차이고 밟히는 아픔
거긴 남모르는 사랑의 비밀이 있다
여름내 허공에 매달린 고통
지상을 향해 구애의 눈짓을 보내던
푸른 한 시절의 아픔이었다가
용기 있게 몸을 던지는 낙엽
강가를 거니는 가을 사람 발길에
밟히며 차여도 마냥 행복해
상처투성이 사랑에 눈물 흘리고
산산이 부서져 바람에 날린들
임 찾아 나선 길 후회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