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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카테고리

가을에 쓰는 편지

by 백원기 2010. 9. 29.

종이도 없고 볼펜도 없이 쓰는 편지
마음 바닥에 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내 마음의 편지를 너에게 보낸다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편지
눈 뜨면서 쓰고 잠들 때까지 쓰다가
빈 여백을 꿈에서 채워가는 편지
가을 바람이 새들어와 나를 깨우면
두리번거리다 다시 편지를 쓴다

그리움 묻힌 길고도 긴 편지
보고 싶어서 떨어지던 눈물방울
곱게 담아 보는 슬픈 편지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때 그 사람에게 끝없는 편지를 쓴다
이제는 그만 부치려 하다가
또 생각이 나면 펼치고 쓰는 편지

가을 하늘 아래 오수에 밀려가면
내 가슴도 파랗게 물들어
파란 글씨로 편지를 쓰고
한 번 왔다 돌아가지 않는 열차
떠나지 않는 정지된 편지를 써서
그리움 에 적신 가을 우표를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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