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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후회

by 백원기 2010. 9. 10.
이른 새벽, 어머니 생각 스치니
내 가슴에 울먹이는 구름 한 조각 걸린다
불편과 짜증이 반복되는 계절이
멈춘듯한 구월의 백로 오늘

노령의 몸처럼 변덕스런 날씨에
변화무쌍한 감정마저 겹치는 나날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해가 뜨다가
힘없이 지면서 세상을 알아갔다

태어나 케케 묵어가는 나의 육신은
내 뜻대로 순순히 따름이 아니라
내 뜻을 저버리고 제멋대로 흐리다 말다 한다

구순을 바라보시던 어머니 얼굴에서
표정이 바뀌시며 쓸쓸하게 보인 것은
평소에 약을 잡숫지 않던 습관으로
말할 수 없는 육신의 아픔을 견디신 것이었고

날 낳으신 어머니의 키가 작아지시고
귀에 들리던 가냘픈 신음 소리와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신 무언의 시간은
아픔과 괴로움 모두 잊으려 하신 것을
뒤늦게 알아, 이제는 후회로움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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