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쓸고 간 앙상한 자리 거기는 할 말을 잃고 적막이 깔렸다 불만스런 표현일 뿐 막을 길이 없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손으로 막지 못하고 다만, 기다리고 있을 뿐 지나가길 기다리며 속을 썩인다 평소 땀 흘리는 삶 살았다고 태풍이 너그럽게 봐주지 않았다 셔터가 쭈그러지고 간판이 떨어지고 묵은 나무가 뽑히고 부러지고 에어콘 실외기가 쓰러지는 난동 태풍이 불어오면 다리 밑에 잠자던 사람들도 말없이 눈을 떠 바람이 불면 어쩔 수 없는 사람들 부는 대로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 지나가고 나면 망각의 사람들은 잊고 산다 그러면서 닥치면 불안에 떠는 사람 날카로운 바람 소리에 옴짝하지 않을 때 옥상에 화분 하나 뒹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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