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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카테고리

태풍이 쓸고 간 날

by 백원기 2010. 9. 4.
태풍이 쓸고 간 앙상한 자리
거기는 할 말을 잃고 적막이 깔렸다
불만스런 표현일 뿐 막을 길이 없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손으로 막지 못하고
다만, 기다리고 있을 뿐
지나가길 기다리며 속을 썩인다
평소 땀 흘리는 삶 살았다고
태풍이 너그럽게 봐주지 않았다
셔터가 쭈그러지고 간판이 떨어지고
묵은 나무가 뽑히고 부러지고
에어콘 실외기가 쓰러지는 난동

태풍이 불어오면
다리 밑에 잠자던 사람들도
말없이 눈을 떠
바람이 불면 어쩔 수 없는 사람들
부는 대로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
지나가고 나면
망각의 사람들은 잊고 산다
그러면서 닥치면 불안에 떠는 사람
날카로운 바람 소리에 옴짝하지 않을 때
옥상에 화분 하나 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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