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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카테고리

무 명 봉

by 백원기 2010. 4. 13.
이름 없는 봉우리를 오른다
멀리서 보아도 가파른 급경사
45도가 넘을 각도 기어오르면
몹시도 숨이 차다
오르다 오르다 멈추면
내려다보고 허리 굽혀 심호흡한다
지금 나의 위치를 살피며
숨 가쁨을 다독거리고
가야 할 길을 올려다본다

인생길은 급경사 길 오르기
어느 善人이 밧줄을 매어놓았다
움푹 파인 짐승발자국 확연하고
사람의 발자국 뜸한 산길
고도계가 가리키는
450m 무명봉 정상까지
뜨문 뜨문 매어 놓은 탄력 있는 로프
누가 매어 놓았을까?
인생 항로에 나를 이끌어주던
그는 선한 사마리아인
소슬한 무명봉 외딴길에
외롭게 반짝이는 등불 하나...
한 손에 밧줄, 또 한 손에 스틱
잡고 짚으며 험한 길을 오른다

보이지 않는 싸움은 끝이 나고
올려다 뵈던 봉우리에
마지막 발을 내 디디면
능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주는 고마운 바람
첫발을 내딛던 들머리 바라보고
동서남북 돌아보는 고진감래
백마산 줄기 무명봉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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