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쓰러진 巨木

by 백원기 2010. 9. 20.

이천 십 년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여름을 잊으려 자꾸만 기다려지던 가을
어서 가을이 왔으면 간절한 마음이었다

기도는 기다림이라 했다
차오르는 보름달과 넉넉한 정
파란 하늘에 오락가락 뜬구름이 흐른다

산중에 나무는 살기 위해 곧게 서야 했고
좋은 집터라고 뻐기며 기뻐했지만
태풍 "곤파스"에 눈물잔치를 벌이고 말았다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간
험할 줄도 모르는 아담한 산
깜짝 놀랐다
덩치 큰 거목이 송두리째 뽑혀
집 덩이만 한 뿌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벌러덩 누웠다

갈 길을 막는 쓰러진 거목들
타고 넘고 기어가다 우회한다
한 참 자라나는 작은 나무들은
태풍에 잔가지 회초리를 수없이 얻어맞아
바르르 떨다가 이파리를 토하고 기절했다

자기 생존을 위한 처절한 현장
견딜 수 없었던 나무뿌리와
떨어져 나간 이파리들이 벌이던
태풍과의 사투현장을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기본카테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와 나의 대화  (0) 2010.09.25
그리움의 끈  (0) 2010.09.24
가을에 꺼내는 사랑  (0) 2010.09.17
가을 볕에서  (0) 2010.09.16
사랑은 시로 남아  (0) 2010.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