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십 년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여름을 잊으려 자꾸만 기다려지던 가을 어서 가을이 왔으면 간절한 마음이었다 기도는 기다림이라 했다 차오르는 보름달과 넉넉한 정 파란 하늘에 오락가락 뜬구름이 흐른다 산중에 나무는 살기 위해 곧게 서야 했고 좋은 집터라고 뻐기며 기뻐했지만 태풍 "곤파스"에 눈물잔치를 벌이고 말았다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간 험할 줄도 모르는 아담한 산 깜짝 놀랐다 덩치 큰 거목이 송두리째 뽑혀 집 덩이만 한 뿌리가 하늘을 바라보고 벌러덩 누웠다 갈 길을 막는 쓰러진 거목들 타고 넘고 기어가다 우회한다 한 참 자라나는 작은 나무들은 태풍에 잔가지 회초리를 수없이 얻어맞아 바르르 떨다가 이파리를 토하고 기절했다 자기 생존을 위한 처절한 현장 견딜 수 없었던 나무뿌리와 떨어져 나간 이파리들이 벌이던 태풍과의 사투현장을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
기본카테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