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 있는 용마
암능산, 용마산 길을 오른다
중곡역에서 오르는 돌산
고도 348 미터, 나지막하지만
매운맛 나게 가파르다
바람 한 점 없는 뿌연 연무
높은 습도에 후덥지근하다
오르면서 간절히 바라는 염원
"나에게 불필요한 것 내려놓게 하시고
나를 괴롭히는 것 떠나게 하시며
약한 것은 강하게 하소서"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기도
한 손 한 손 줄잡고
한 발 한 발 딛는 바위
떠오르는 햇살에 뜨거운 육신
빠른 맥박에 가쁜 숨 몰아쉬며
갈급하게 생명수를 찾는다
땀에 젖는 사십사분의 시간
펄럭이는 깃대봉에 올라서고
이마에 땀 씻고 내려다보는 한강수
유구한 물줄기가 말없이 흐르고
강바람은 불어와 산바람을 깨우는데
길게 누운 용마, 아차산 줄기
역사 속에 묻혀 깊이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