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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강 줄곧 비만 오던 강가에 이른 함박눈이 오려나 하얀 눈이 풀풀 날린다 내년 봄 풍요로운 세월 약속이나 한 듯 하얀 눈이 내린다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강 드넓은 대지는 널 부르는데 지난해 오던 눈 또 내리면 잠시 시간을 잊는다 일렁이지 못하고 반짝이는 강물 찬바람이 쌩쌩 불어와 동장군이 기세를 몰아 오면 눈안개가 수평으로 날아들어 눈은 감기고 얼굴은 차가워져 가을 빗물보다 더 차갑다 노란 개나리 피던 앙상한 가지에 마구 뛰놀다 미끄러지고 제 세상인 양 뒤덮는 눈 아직은 서툴러 땅에 내리면 뒤뚱거린다 돌 잽이 걸음마 하듯 어설픈 걸음 귀 가리개 모자에 마스크 쓰고 장갑을 낀 손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달리는 사람 걷는 사람 뒤섞인 넓고 넓은 강가에 처음으로 볼만한 눈이 하얗게 내린다 2010. 12. 10.
너를 위한 기도 아직 생각지도 않았던 일 몹시 아플 때면 모두 잊는다는 것을 인제 와서 깨닫게 된다 지존하신 분은 왜 그러하실까? 하늘 곳간에 많은 것을 쌓아 두려 전심으로 노력했건만 막상 너무 아파져 오면 나음 받기 위한 기도가 막히는 이유를... 육신의 병과 싸우느라 여념 없어 미쳐 기도할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정말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나 아닌 다른 사람, 너를 위해 자비롭게 기도해야 하느니 그분도 이웃을 위한 소통의 기도를 간절히 원하고 계시매 네 아픔을 뼈아프게 느끼기에 이제는 거두어 달라고 내 심령이 뜨겁게 기도하리라 네가 애써서 기도하려 해도 꽉 막힌 어려움을 나도 아나니 나만을 위한 한계를 넘어 나,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고요히 눈감고 두 손 모아 매달리며 아뢰면 너의 아픔은 떠나고 환한 미소 떠.. 2010. 12. 8.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싶을 때처음 보는 낯선 너와 내가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우연히 만났어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순간적으로 꿈틀거릴 때가 있다 일상에서 지쳤거나 삶이 지루할 때 머릿속을 쏜살같이 스쳐 가는 그리움 그리고 만남과 사랑뜨거워져 식혀야 하고 타오르매 꺼야 하겠기에 달려가고 달려오는 부딪힘 아낌없이 주고받는 사랑의 선물시간은 우리 삶의 통제자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한낱 일상에 불과하고 잊혀가는 과거로 휩쓸려간다너와 내가 일찍 만났더라도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도덕과 윤리의 틈을 비집고 또 다른 사랑의 시간을 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0. 12. 6.
먹 구 름 오늘 밤에 먹구름이 마실 온단다 회색빛으로 덮어가는 가을 하늘 웃음소리 하나 없는 냉랭한 데서 서로 주고받는 말은 전쟁과 평화의 근심 어린 이야기 촛불을 켜놓고 밤을 지샌다 문밖엔 공기를 찢는 총알 소리 날카로운데 부모님은 자식들을 아랫목에 재우시며 낙심에 찬 말씀을 하셨지 여섯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가야 하나 큰 걱정하시던 그 말씀을 이불을 뒤집어쓴 채 나는 들었지 도무지 들리지도 않는 귀머거리들이 흉한 꼬리를 언제나 내리려는지 벌써 구세군 자선냄비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비는 밤을 지나 멈추고 하얀 눈송이 하나씩 날리려는데 못다 한 김장 걱정 할 일도 많아 이 걱정 저 근심이 가슴에 쌓여도 새벽이면 먹구름 고이 떠나 보내고 숲 향기 곱게 마셔 볼 수 있었으면 2010.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