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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울고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인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명시감상- 시인 구르몽은 나즈막한 음성으로 잎이 떨어진 자작나무 숲과 낙엽에 덮인 잔디 위로 우리를 안내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랑하는 시몬과.. 2010. 11. 17.
부드러운 입과 귀 부드러운 입과 귀뱉고 싶은 말을 입속으로 삼켜 가슴으로 정화한 다음 말하려는 쓰디쓴 인내의 삶을 살아야 하고 부드럽게 듣는 인격의 삶을 살기 위해 부드러운 입 하나와 귀 둘을 가져야 하리 권력과 명예와 부유함도 좋지만 자유롭게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경험과 보고 들음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부드러운 입술을 가져 상처를 주지 말고 부드러운 귀를 가져 상처를 만들지 말자 부드럽게 말할 때 앞날이 희망스럽고 부드럽게 들을 때 느슨해지는 신경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가운데 마음에 편안함을 누리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세상에는 없나니... 2010. 11. 17.
달려가던 그 집 달려가던 그 집포천서 영종여객 버스를 타고 신설동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면 곧장 달려가곤 했었다 어른들도 반기시고 그도 나를 반겨 주었다 갓 스물을 넘기던 순정 오빠! 부르는 소리에 내 귀가 빨갛게 물들어가고 성악도답게 한소절씩 목청 높이던 가곡의 선율이 꿈꾸는듯했던 늦가을 전방에서 어렵사리 나올때마다 내 집처럼 발걸음 재촉하던 그 집 요것조것 입맛 당기는 반찬으로 나의 미각을 사로잡던 독상(獨床) 사진첩을 들춰가며 짚어주던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고 예뻤다 호들갑스럽던 언행이 나를 흔들어대던 그녀의 집은 그리움 자아내게 하는 산실(産室) 청춘은 아름답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인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아름답던 한 시절이 낙엽 따라 가버리고 뒤늦은 옛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2010. 11. 13.
나의 바람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강하고 담대하면 좋으련만 쓸수록 닳아지고 갈수록 연약한 창조질서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 큰 바위처럼 듬직하고 믿음직하며 태양과 달, 별처럼 도도하고 망망한 대해 힘찬 강줄기 언제 보아도 꿋꿋하고 자신감 넘쳤으면 여리고 늘어짐을 벗어 던지고 이제는 새롭게 당당하고 싶다 만추에 아름답게 수놓는 삶 어둠이 벗어지면 더욱 빛나는 태양 나의 삶은 언제나 힘찬 아침이었으면 좋겠다 201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