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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그 시절 지금처럼 찬바람이 몰아치면 따뜻했던 네 생각이 시루떡 김 오르는 것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마주 앉았으면 너의 커다란 눈동자로 그윽하게 바라보던 눈빛 그때 그 모습을 되살릴 수 없이 멀어져가고 잊혀 가기에 허전하기만 하다 서로가 그리워한들 되돌릴 수 없는 태양의 수레바퀴는 모르는 척 앞만 보고 멈추지 않는 물레방아처럼 돌고 또 돌아가기만 한다 삶의 군더더기들을 망각한 채 오직 사랑의 꽃밭을 차지하려 숨가쁜 경쟁의 시간이었고 두 개의 그림자가 한 그림자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달려가야 했던 보이지 않았지만 살아 있던 사랑이 그립고 그립기만 하다 2010. 11. 30.
우울한 날이 오기 전에 오늘같이 갈색 잎이 떨어지는 날엔 세상이 우울한 빛으로 물들어간다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면 세월의 수레바퀴만 덜커덩거리고 기대하던 마음, 간절하던 마음이 모두 회색빛 우울한 빛깔로 남는다 무언들 생각하지 못할까마는 감히 들어내기 싫어하다가 애써서 감춰 놓은 아예 잊어버린 듯한 게으름... 투명한 어항 속 금붕어를 바라보듯 싫어도 깊이 파고들어 진실을 찾아 이별의 그림자 드리워지기 전에 아름다운 동행의 그림자 쓰다듬어 씁쓸한 그날이 오기 전 옷깃을 여미는 걸음걸이로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바라보며 무관심의 탈을 벗어버렸으면 2010. 11. 25.
산정의 아침 내 입술이 슬그머니 열리면서 미소 짓게 하는 하늘 아래 꿈길을 간다 가을 하늘 바라보며 빽빽하게 서 있는 헐벗은 나무들이 맨발로 서서 손뼉을 친다 봄 여름 힘들게 키운 파란 자식들을 바싹 말려 지표면으로 털어내 이 사람 저 사람의 발바닥에 짓밟혀가며 수북이 쌓이는데도 서럽기는커녕 할 일을 다 한 양 묵묵히 서 있다 하늘과 맞닿은 하늘 금 향해 가파른 계단이 촘촘히 깔렸고 바람길 타고 넘어간 여름 태풍이 아름드리 소나무를 무참히 넘어트려 토막토막 가련하게 잘리어 쌓여 있다 세상 길과는 달리 눈에 거슬리는 것도 귀에 거슬리는 것도 없는 적막한 길 사람 아닌 사람들이 마실 것만 같은 맑은 샘물 하나 졸졸거리는데 빨간 모자를 쓴 옛 동지 하나 손 내밀어 끈끈한 정이 묻은 악수를 청한다 산비탈이 좋아 오르는 사람.. 2010. 11. 23.
벗어났으면 자족의 삶을 살아야 한다지만 아침이면 해가 뜨지 않을까 봐 밤이 오면 달과 별이 없을까 봐 걱정 아닌 걱정을 하다 하루가 간다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하얀 구름 유유히 떠가는 흰구름은 어디론가 향해 자신 있는 유영 나는 생각과 생각의 충돌로 부진하다 매일 아침 혹시와 만약으로 시작된 삶이 그렇게 끝나고 여전히 섭리에 대한 불신으로 갈피를 못잡아 헤매고 있다 더 채워야 할 덜 찬 그릇 나는 아직도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하고 오늘도 어떻게 해야 하나 또 염려가 되는 삶에 허덕인다 2010.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