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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힌 세월 싫거나 맛없다고 내다 버리지 말자 오랫동안 묵혀두면 맛있는 그리움이 된다 묵은 세월에서 그리움의 싹이 트고 그리움 덩어리는 묵힌 것의 결정체 차디찬 얼음도 물을 그리워하며 녹여줄 더위를 찾아 헤맨다 통제되고 억압된 생활이 지겹다지만 훗날, 무용담으로 꽃피우는 사람들 시험 때가 되면 지겹던 공부도 묵혀놓았더니 이구동성으로 그때가 좋았단다 엄마 아빠에게 야단맞던 시절도 묵히고 나면 새록새록 솟는 그리움 묵은 것에서 아련한 엣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코를 뚫고 온몸에 퍼져 나간다 묵힌다는 것은 아픔, 아픔이 있어야 그리움도 있다 먼 훗날에 그리움 덩어리가 되어 지나온 세월 그리움 안고 오늘을 산다 2010. 12. 21.
축복의 눈이 멈추기 전에 살을 에듯한 추위가 주춤하더니 함박눈이 펄펄 온종일 내립니다 일 년 열두 달 중 며칠 남은 마지막 달 오랜 아픔에 시달리는 당신이 생각나는군요 꽃피는 봄도 모르고 물놀이의 시원함도 잊고 결실의 계절마저 멀리 보냈다가 어느덧 다가온 겨울, 하얗게 눈이 내립니다 낭만의 하얀 눈송이가 반갑지도 않을 당신 의욕도 바램도 무의미한 시간의 흐름만이 당신의 모든 것 인양 힘들게 버티고 있지요 똑딱거리는 초침만이 귀에 익숙한 적막 자신의 고통과 처절한 싸움에서 이기려 온갖 힘을 다해 꿈틀거리는 생명 일상에서 멀어진 쓸쓸한 자리가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져 나는 당신을 위해 조용히 기도드립니다 어서 일어나 돌아와 웃음꽃 피워달라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축복의 눈이 멈추기 전에... 2010. 12. 17.
보이지 않는 스승 시린 칼바람 불어와도 의연히 서 있는 푸른 소나무 누가 키우지도 않았건만 잘도 자랐다 솔잎은 떨어져 누렇게 변해도 이 추운 날에 소나무 가슴 시리지 말았으면소나무를 바라보다 세상을 둘러본다 그들은 보고 들으며 자랐겠지만 가면 갈수록 치열한 생존경쟁 앞서 가는 사람 꿈을 꾸며 호된 고함과 채찍도 맞는다함께 있을 때 아름답게 평가되고 더 좋은 세상에서 빛나게 반짝거리려고 남 모르게 조금씩 훈련되고 있다 세상 사람은 모두 길러지고 나도 모르게 나도 자라고 있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스승이 되기 때문이다 2010. 12. 16.
칠보의 햇볕 칠보의 햇볕/鞍山백원기 화성 벌 건너온 서해 바람이 차갑구나 낮은 산 잠깐 올랐더니 사방 바라보이는 수원 땅이 아름다워 소나무 우거진 산비탈마다 푸르러 여느 산 보다 솔향기 짙게 향기롭다 햇볕의 따사로움은 올라 봐야 안다 해발 이백사십 미터 길게 뻗은 산길 옆에 바람 가리고 햇볕 받는 바윗돌이 따뜻해 걸터앉아 마시는 차 한 잔이 몸을 녹인다 내 살갗을 간질이며 다가오는 햇볕이 귀엽기만 한 칠보산의 정오 절박한 마음으로 오르던 나를 봄 눈 녹듯 스르르 녹여주고 내게 다가오는 자 너를 품에 안는다 정원석처럼 둘러앉은 바위는 반려동물 쓰다듬으며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 칠보산에 오르는 사람사람마다 따스한 햇볕 이불 살포시 덮고 낮잠이나 한숨 자고 싶겠다 *칠보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 있는 해발 240m.. 2010.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