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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터 옛 터/백 원 기옛집이 그리워 등하교길 걷다가 축대 옆 돌계단 밟고 문앞에 섰더니 담장 안 뜨락에 빨간 장미꽃 초여름 햇살에 반기는 듯 고개를 내민다어머니 손길 간직해온 장미와 빨간 앵두나무의 속삭임 타인의 집 옛 뜰에 잔잔히 흐른다뒤뜰 같은 산 언덕에 아카시아 꽃향기 진동할 때 다정히 저녁 바람 쐬시던 두 분 무심한 꽃잎은 바람에 흩날려 길섶에 쌓여만 간다장난기에 쫓고 쫓기시던 모습이 창문에 어른거려, 옛 생각에 잠기는데 복준물 지나 서낭당 터 색색이 헝겊 매달렸던 나무와 돌무더기도 사라진 새절고개가 오늘따라 유난히 가파르기만 하다 2010. 6. 7.
저작(咀嚼)의 수고 시간이 많은 일을 해결하기에 안될 때는 기다려 보라고들 한다 저 앞에 정상이 있을 것이다 울창한 아카시아 이파리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 정상에 서겠지만 그동안 두 발로 열심히 걸어야 한다 호흡 조절과 적당한 휴식도 하면서... 시간에 의뢰하면 만사가 해결될 것 같지만 마냥 기다리다가는 실망하게 된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설사 누가 음식을 먹여 준다 해도 그 사람의 눈을 바라봐야 하겠고 입을 벌려 저작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 2010. 6. 4.
화려함의 종말 누구나 화려함을 추구하지만 그 끝은 짧고 실망스럽다 남이 부러워할 만큼 설치던 사람 손을 휘저으며 돋보이던 사람 칼을 휘두르며 번쩍이던 사람 아름다움을 뿜어내던 사람들... 한겨울 백설도 햇볕에 스러지고 여름 한낮 소나기도 흘러가버린다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면 앞다투어 피우던 화려한 꽃도 지고 잠깐 지나가는 봄바람처럼 색과 향도 지나가지만 볼품없이 우중충한 나무들과 버려진 잡풀의 생명력은 가는 이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2010. 5. 31.
한 사람을 사랑했었네 훌쩍 떠나간 빈자리에 한 그루 소나무 같은 내가 한 마리 백조의 꿈속을 납니다 홀연히 돌아와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다림은 아름다운 사색 당신이기에 하고픈 말 쌓였는데 들어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지는 해만 멀리서 바라봅니다 몰래 한 사랑이기에 몰래 떠나셨나요? 얼음 꽃 사랑인 줄 알면서 사랑했던 지난날 오늘도 또박또박 시를 씁니다 시 몇 줄에 위로받고 싶어 긁적입니다 그리고, 시를 써놓고 나면 바위에 새긴 추억을 행여 지워질까 어루만지다 두 손 모아 눈감고 기도 드립니다 2010.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