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카테고리548 달려가던 그 집 달려가던 그 집포천서 영종여객 버스를 타고 신설동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리면 곧장 달려가곤 했었다 어른들도 반기시고 그도 나를 반겨 주었다 갓 스물을 넘기던 순정 오빠! 부르는 소리에 내 귀가 빨갛게 물들어가고 성악도답게 한소절씩 목청 높이던 가곡의 선율이 꿈꾸는듯했던 늦가을 전방에서 어렵사리 나올때마다 내 집처럼 발걸음 재촉하던 그 집 요것조것 입맛 당기는 반찬으로 나의 미각을 사로잡던 독상(獨床) 사진첩을 들춰가며 짚어주던 그녀의 손가락은 가늘고 예뻤다 호들갑스럽던 언행이 나를 흔들어대던 그녀의 집은 그리움 자아내게 하는 산실(産室) 청춘은 아름답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인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아름답던 한 시절이 낙엽 따라 가버리고 뒤늦은 옛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2010. 11. 13. 나의 바람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강하고 담대하면 좋으련만 쓸수록 닳아지고 갈수록 연약한 창조질서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 큰 바위처럼 듬직하고 믿음직하며 태양과 달, 별처럼 도도하고 망망한 대해 힘찬 강줄기 언제 보아도 꿋꿋하고 자신감 넘쳤으면 여리고 늘어짐을 벗어 던지고 이제는 새롭게 당당하고 싶다 만추에 아름답게 수놓는 삶 어둠이 벗어지면 더욱 빛나는 태양 나의 삶은 언제나 힘찬 아침이었으면 좋겠다 2010. 11. 12. 골 목 길 옷깃을 여며주는 찬바람이 분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하나 외롭게 교회로 가는 골목길을 비춘다 이 미터 빠듯하게 좁은 길은 다른 길보다 빠른 지름길 어미 고양이 눈 번쩍거리며 활개치고 개똥 밟을까 조심스러운 골목길 승용차 한 대 막아서면 좁은 틈새 비집고 가야하는 샛길 지날 때마다 보이던 할머니는 동그란 얼굴에 미소 띠시고 헌 집 작은 대문 앞에 늘 앉아 계셨다 좁은 골목 하늘이 포르스름 열리고 새벽 별은 총총히 빛나는데 띄엄띄엄 하늘에 흐르는 구름 조각 싸늘한 달빛 이고 골목길을 간다 2010. 11. 11. 만남으로 자란다 만남으로 자란다내가 자라고 네가 자라는 것은 따로따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만남으로 자란다 누구를 어떻게 만나느냐? 이것이 중요하리라꽃은 비와 해를 만나고 물고기는 계절 따라 물을 만나고 별은 어둔 밤을 만나 자란다하늘의 뭇 별처럼 바닷가 모래알처럼 헬 수 없이 많은 사람 중에 너와 나의 만남은 신기하고 묘하다우리 서로 쓰다듬어 키를 키우고 달콤한 자장가를 불러 잠들게 하는 서로 위해 베푸는 순정 우리가 만나면 사랑도 자란다 2010. 11. 9. 이전 1 ··· 98 99 100 101 102 103 104 ··· 1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