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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루 백설이 가득한 벌판에 또 눈이 날린다 그래도 지겹지 않은 눈 뿌려주는 하얀 눈가루를 받아 손가락 끝으로 맞비벼보면 매끄럽기만 한 고운 눈가루 어릴 적 방앗간에서 빻던 하얀 쌀가루 쿵더쿵 찧던 절구 방아 질에 곱게 부서지던 흰 가루가 아침 햇살에 부서져 반짝거리다 달려와 입술을 간지를 때는 웃음 열린 얼굴로 날름 혀를 내밀고 하얗게 찬 눈을 맛보며 간다 2011. 1. 9.
야 생 파도치는진해앞바다에서 해풍에맞서는작은물고기였다가 무등산줄기타는올빼미가되고 삭막한휴전선녹슨철조망따라 한마리오소리가되어노닐다 연천벌을누비던들노루가되었네 비바람막아주고햇볕따순 온실이무엇인지 막자란산야의삶은아무것도모른다 세월의고삐틀어쥐고멈추려해도 달리는야성에이질감마저느끼는데 그래도좋은걸어떻게하나? 거칠지만감언이설에물들지않은 아름다운야생 손때묻지않은야생이 아름답기만하다 포만도모르는허기진야생 오늘도야생의사람은 들길을걷다가산길을걷는다 2011. 1. 7.
봄 길 아직도 많이 남은 겨울 이제 시작이니 언제 끝이 날까? 어서 추위가 가야 할 텐데 동장군 대적할 자 오직 봄뿐 봄이 오면 내 임과 함께 봄 길을 정답게 걸어 보고 싶어 저 산 저 너머에 머물고 있는 봄 저 강 건너편에 졸고 있는 아지랑이 어물거리며 오고 싶은 눈치 그러지 말고 그냥 오려무나 그냥 건너와 보렴 네가 오는 날에야 나는 따사로운 봄옷을 입고 내 임의 손 맞잡고 걸어 볼 텐데 변덕스런 겨울 날씨에 쏟아지는 눈이 얄밉지만 눈꽃 피워가며 세상을 꾸미기에 떠나려 할 때까지 기다리며 오고 싶은 봄을 마중 가야겠다 소한 대한 다 지나가고 봄의 전령 입춘이 돌아오면 걷고 싶던 봄 길을 어서 걸어 봐야지 2011. 1. 5.
헐거운 삶 사슴뿔 돋기 전에 들어섰던 문 앞에는 아무도 없고 뒤로만 늘어섰던 줄 들어서는 문마다 가뿐하게 들어서고 언제나 새내기였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 신선함이 있는데 벌써 그리운 시절 추억이라니 커트라인 넘지 못한 불합격 세대 누가 부르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길게 늘어선 앞에는 까맣고 뒤돌아 보면 하얗다가 희미하다 지나온 길을 생각으로 만들어 보고 살아 본 삶을 마음으로 살아보려 지만 채울 수 없는 신념과 책임과 결단의 삶은 나사 풀린 듯 헐겁기만 하다 2011.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