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870

새해 새 아침 묵은해를 벗겨 내고 새해를 붙이려니 감개무량하다 어느 틈에 숱한 날들이 지나가고 새해 새 아침이 왔을까? 의아하고 감격스러운 날 올해는 다른 삶을 살아보려네 한 땀 한 땀씩 정성을 드려 터진 신발 꿰매듯 살아보리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 맺히게 수박 겉핥기가 아닌 삶 검은 씨는 발라내고 붉은 단맛을 맛보리라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껍질은 벗어버리고 곱게 다져진 꽉 찬 삶을 살아보리라 2011. 1. 1.
낯익은 것들과의 이별 년 열두 달 너무 지루했던 시간 너와 나 얼굴 마주하고 쏘아 보거나 으르렁거리며 더 먹겠다던 삶 지겨움과 살벌함에 거리를 두고 싶다 속속들이 알아 호기심도 기대할 것도 없는 낯익은 것과 긴장의 끈을 끊는다 가까울수록 도덕적으로 부패하기에 건너편 언덕을 넘어가 본다 거긴 낯선 사물이 부푼 가슴으로 겪어내지 못한 두려움 가졌지만 쓸고 닦고 매만지면 따뜻해지리라 새사람을 만나고 새 일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시점 낯익은 것과의 이별로 낯선 즐거움을 만나련다 낯익은 어색한 공생을 뒤로하고 낯설지만 험한 세상 기댈 영혼의 언덕을 찾아 과감히 뛰어 넘는다 2010. 12. 31.
눈길을 걷던 날 눈이 왔으면 했다 그런데 눈이 왔다 밤새 뜬 눈으로 내린 눈 새벽녘, 희미한 가로등 불빛아래 탐스럽게 소복이 쌓였다 아깝다는 생각 아이젠을 꺼내고 스패취 까지 챙긴다 오르는 산길엔 벌써 지나간 발자국 안개 가린 시야, 발길은 더디고 이따금 들리는 산님들의 목소리 옛적 속세를 떠나던 출가 인의 빈 마음 시기 질투 분노 증오를 씻어 낸다 고요한 나라 산속의 아침은 온통 하얀 설국 잔치가 열렸고 싸한 산 공기가 깊숙이 스며들 때쯤 정상 봉수대에 올랐다 암흑 같은 찌뿌듯한 날씨 나 홀로 봉수대 곁에 섰다 뿌연 안갯속 앙상한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 내 주위를 맴돌며 하얗게 웃는다 포근하게 내린 기다리던 눈 짧은 만남의 데이트 어느덧 하산 시간은 다가오고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 내년에 또 만나자는 손 흔들며 멀어져 .. 2010. 12. 30.
흔들리는 창문 겨울 이맘때면 찾아오는 소리 작은 방 유리창 문을 흔들며 열어 달라고 졸라댄다 캄캄한 새벽 가만히 흔들다가 어떤 때는 크게 흔들어 덜렁거리는 소리 내 마음의 깊은 잠을 깨우고 뇌리에 깊숙이 잠들고 있는 지나간 꿈들을 깨워 하나씩 튀어나와 마중 나오길 바란다창틈으로 새어드는 찬바람 막으려 엊저녁에 붙인 문풍지 사이로 그래도 새어드는 찬 바람 소리숨죽인 적막의 성벽을 타고 넘어 내 몸을 움츠리게 할 때면 몸과 마음은 깨어 일어나 임들이 정성껏 심어 놓은 까만 글자 하나식 뽑아들고 눈 끝으로 매만지고 있는 동안 오던 곳으로 되돌아갔나 싶던 찬바람이 아직도 추위에 떨며 발 동동거리고 문밖에 서 있었다 2010.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