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것은 모두가 제자리를 떠난다
여기서 저기로 움직여 보이지 않는다
해는 동에서 떠서 서로 지고
바람은 불어와 저리로 빠져나가고
비와 눈은 위에서 아래로 떠나왔다
시계가 멈춰 있는 산천은 의구한데
생명 있는 것은 거침없는 질주로
신선한 웃음 하나 없이 사라진다
처음엔 자못 딱딱하더니
흐물해진 세월은 형태를 잃고
또 다른 세월이 이어 받는다
우리는 보고 들음에서 깨닫기에
시작점에서 머물지 않고
전진 또 전진하는 피곤한 삶
물안개 피는 개울물 같이 흘러
이리저리 부딪혀 돌면서
아프다는 말도 없이 떠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