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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볕에서 초가을 볕은 가을뿌림을 재촉한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볕은 그동안 배어있던 눅눅함과 후덥지근한 공기를 씻어 낸다 잠깐이지만 어리둥절한 것은 엄동설한에 따뜻한 볕이 들던 한적한 툇마루의 그리움이었다 오늘 그 시간은 여름과 가을과 겨울의 동거처럼 포근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모습이 오늘 아침만 같았으면 좋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버려야 할 것은 아낌없이 버리고 좋은 것만 남겨 이 가을에 들어설 햇볕처럼 쪼이고 싶고 아끼고 싶다 2010. 9. 16.
사랑은 시로 남아 모닥불보다 더 뜨겁게 타던 사랑 한줄기 소나기에 붉은 열기 사위고 검은 숯 한 덩이로 남았구나 봄이면 진달래꽃 따라 불붙듯 물들어가던 사랑 여름이면 물빛 맑은 개울가에 발 담그며 머리 감고 가을이면 낙엽 따라 안쓰럽던 사랑 한 잎 두 잎 바람에 떨어지면 무서리에 움츠러들었다 겨울이면 두툼한 외투에 쌓이던 눈 서로가 곱게 털어주려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인 양 서운하게 사라져 사랑하기에 떠나야 한다고 영원한 시 한 편 가슴에 남겨 논 채 홀연히 길 떠났구나 2010. 9. 14.
가을비 내리는 아침 간절히 기다리며 서 있다가 되돌아가길 여러 번 어느날 기다리던 그대 저만치 보여 내 마음 새롭게 뛰기 시작했었지 그대 볼 적마다 설레는 것은 볼 적마다 새로워진 그대이기에 나도 내가 의심스럽기만 했다 몸으로 기다리고 마음으로 기다리면 언젠가 그대도 찡하게 달려오리라 내 영혼의 세계까지 지배하는 그대 내 사랑! 언제나 철없는 무지개 소년 밤새우며 기다리고 잠 못 이룸은 가을 꿈을 꾸는 내 삶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새로운 첫 만남일 것 같은 그대 어느새 여름비는 가을비가 되어 가늘게 떨며 흐느껴 우는 아침 그대 생각에 빗물 같은 눈물이 난다 2010. 9. 13.
가을 아기 고사리 손으로 문기둥 붙잡고 섰네 문턱이 높아 한 발 겨우 넘을까 하네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았던 올여름 더위 가을이 오리라 꿈도 못 꾸고 가을이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네아장아장 걷다가 뒤뚱거리는 걸음 금방이라도 내 가슴에 안기겠네 요만치 서 까르르 웃음 웃으며 달려오고 싶은 가을 귀여움 잊었더니 찾아오는 가을 아기 내 품에 안고서 밀린 잠들겠네 2010.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