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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제자리를 떠난다 세상 것은 모두가 제자리를 떠난다 여기서 저기로 움직여 보이지 않는다 해는 동에서 떠서 서로 지고 바람은 불어와 저리로 빠져나가고 비와 눈은 위에서 아래로 떠나왔다 시계가 멈춰 있는 산천은 의구한데 생명 있는 것은 거침없는 질주로 신선한 웃음 하나 없이 사라진다 처음엔 자못 딱딱하더니 흐물해진 세월은 형태를 잃고 또 다른 세월이 이어 받는다 우리는 보고 들음에서 깨닫기에 시작점에서 머물지 않고 전진 또 전진하는 피곤한 삶 물안개 피는 개울물 같이 흘러 이리저리 부딪혀 돌면서 아프다는 말도 없이 떠내려간다 2010. 7. 10.
너랑 멀어지려는 게 아니야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잘 보이던 아파트 동표기 숫자 이제는 무덤덤하고 보이니까 보이는가 싶다 그때는 굵게 검은 숫자만 보아도 설레고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세월이 느슨해 졌나 보다 그렇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너랑 멀어지려는 게 아니라 다만, 혈관의 파고가 줄었을 뿐 너에 대한 생각과 너를 품고 있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천 년이 가도 무너지지 않는 암벽 같은 것이야. 2010. 7. 8.
돌아와 주오 그대여! 어서 돌아와 주오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돌아올 수 없나니 어서 돌아와 주오 멀어지면 돌아보려 해도 보이지 않아 자꾸만 멀어지는 발걸음 가면 갈수록 험한 길 비 그친 뒤 어둑한 숲 속의 서려 있는 안개 시야를 가리고 축축한 몸 야생의 짐승이 두려워지고 가도 가도 알 수 없는 낯선 길 검은 머리 보일락 말락 더 멀어지기 전에 어서 돌아와 웃음으로 만나는 포옹 내가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가 나를 사랑하여 한배를 탄 듯 살고지고 숨 가쁘게 뛰어간 것처럼 숨 가쁘게 달려오소서 2010. 7. 5.
처마끝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던 날씨 희희낙락 흥얼대며 걷는 거리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인가? 무더운가 싶더니 쏟아지는 비 출근 시간에 맞춰 장대비를 꽂는다 이리저리 뛰는 사람들 비를 피하려 필사의 노력을 하지만 처마끝이 없어 피할 데가 없구나! 초가지붕이 여유롭고 기와지붕이 너그럽던 시절 그때는 비도 눈도 피하고 참새도 집을 짓고 들락거렸던데 야박해진 세월 인심에 처마 끝을 싹둑 잘라 내집을 넓혀 길손이 피할 곳은 찾을 길 없어 쓸쓸한 거리에 방황하는 발걸음 흠뻑 비를 맞고 빗물을 흘리네 2010.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