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카테고리548 사랑은 시로 남아 모닥불보다 더 뜨겁게 타던 사랑 한줄기 소나기에 붉은 열기 사위고 검은 숯 한 덩이로 남았구나 봄이면 진달래꽃 따라 불붙듯 물들어가던 사랑 여름이면 물빛 맑은 개울가에 발 담그며 머리 감고 가을이면 낙엽 따라 안쓰럽던 사랑 한 잎 두 잎 바람에 떨어지면 무서리에 움츠러들었다 겨울이면 두툼한 외투에 쌓이던 눈 서로가 곱게 털어주려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인 양 서운하게 사라져 사랑하기에 떠나야 한다고 영원한 시 한 편 가슴에 남겨 논 채 홀연히 길 떠났구나 2010. 9. 14. 가을비 내리는 아침 간절히 기다리며 서 있다가 되돌아가길 여러 번 어느날 기다리던 그대 저만치 보여 내 마음 새롭게 뛰기 시작했었지 그대 볼 적마다 설레는 것은 볼 적마다 새로워진 그대이기에 나도 내가 의심스럽기만 했다 몸으로 기다리고 마음으로 기다리면 언젠가 그대도 찡하게 달려오리라 내 영혼의 세계까지 지배하는 그대 내 사랑! 언제나 철없는 무지개 소년 밤새우며 기다리고 잠 못 이룸은 가을 꿈을 꾸는 내 삶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새로운 첫 만남일 것 같은 그대 어느새 여름비는 가을비가 되어 가늘게 떨며 흐느껴 우는 아침 그대 생각에 빗물 같은 눈물이 난다 2010. 9. 13. 가을 아기 고사리 손으로 문기둥 붙잡고 섰네 문턱이 높아 한 발 겨우 넘을까 하네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았던 올여름 더위 가을이 오리라 꿈도 못 꾸고 가을이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네아장아장 걷다가 뒤뚱거리는 걸음 금방이라도 내 가슴에 안기겠네 요만치 서 까르르 웃음 웃으며 달려오고 싶은 가을 귀여움 잊었더니 찾아오는 가을 아기 내 품에 안고서 밀린 잠들겠네 2010. 9. 11. 늦은 후회 이른 새벽, 어머니 생각 스치니 내 가슴에 울먹이는 구름 한 조각 걸린다 불편과 짜증이 반복되는 계절이 멈춘듯한 구월의 백로 오늘 노령의 몸처럼 변덕스런 날씨에 변화무쌍한 감정마저 겹치는 나날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해가 뜨다가 힘없이 지면서 세상을 알아갔다 태어나 케케 묵어가는 나의 육신은 내 뜻대로 순순히 따름이 아니라 내 뜻을 저버리고 제멋대로 흐리다 말다 한다 구순을 바라보시던 어머니 얼굴에서 표정이 바뀌시며 쓸쓸하게 보인 것은 평소에 약을 잡숫지 않던 습관으로 말할 수 없는 육신의 아픔을 견디신 것이었고 날 낳으신 어머니의 키가 작아지시고 귀에 들리던 가냘픈 신음 소리와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신 무언의 시간은 아픔과 괴로움 모두 잊으려 하신 것을 뒤늦게 알아, 이제는 후회로움만 남아 있다 2010. 9. 10. 이전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 1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