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58 비 오는 날의 데이트 비 오는 날의 데이트하얗게 눈이 부신 와이셔츠에 옷매무새 단정히 마주앉아 마시던 뜨거운 커피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너머로 비가 왔다 오늘처럼 포근한 봄비가...계절도 마음도 아늑하던 날 향긋한 커피 향에 젖은 보슬비가 소리없이 내렸다서먹했기에 따로 쓰던 우산 거추장스러워 하나를 접었다 떨어지는 빗물이 차가워도 마냥 행복했던 시간무엇이 우스운지도 모르게 다물지 못하던 입술 하마터면 맞닿을 뻔했던 얼굴 봄비는 두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2010. 2. 26. 이른 비 물 위로 피어오르는 뽀얀 물안개 한강을 덮어 잠을 재운다지난 겨울 꼬박 두 달 영하 십 도를 웃돌아 움츠리며 떨고한 자가 넘는 폭설로 고생시킨 때가 미안스러우신지오늘은 이른 봄비를 포근히 부어주신다 은혜의 비, 사랑의 비를...겨울 세찬 바람에 오돌오돌 떨던 헐벗은 나무들강가의 개나리가 노랗게 눈을 뜨고 수양버들 파랗게 옷을 갈아입는다 2010. 2. 25. 베일에 가린 그리움 가깝지만 베일에 가린 그리움 느낄 것 같은 숨결이어도 느낄 수 없고 바라볼 수 없네 뇌리의 한 공간을 차지해 자나깨나 불편한 그리움 너무 그리운 나머지의 텔레파시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홀로 애태워 초점 잃은 눈동자 깜빡거릴 때마다 한 컽의 영상 가슴 저 밑에서 날숨 하나 밀려오네 서해로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 수처럼 가도 가도 끝없는 망망대해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조수 드러났다 잠기는 하얀 조가비 이른 시간 마음 문을 열고 들어 왔지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고요하다 2010. 2. 22. 꿈꾸던 유토피아 꿈꾸던 유토피아나는 유토피아를 너무 사랑했다 숨겨놓은 금은보화를 찾는 것처럼 세상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그렇지만, 찾을 길은 없었고 빠른 세월에 늙음만이 찾아왔다그렇게도 갈망하던 유토피아! 그렇게도 걷고 싶던 파라다이스 오솔길! 꿈꾸던 낙원은 어디에도 없어 실망에 실망을 거듭 했지만 단 한 곳 내 작은 가슴에 숨어 있었다희락과 화평의 웃음이 있을 때 그때가 낙원이요 이상향이었다 가슴의 찌든 때를 정결히 씻어내고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채운다이 땅의 유토피아는 내 작은 생각과 마음에 있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것은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었고 물적 유형의 것이 아니라 영적 무형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2010. 2. 20. 이전 1 ··· 208 209 210 211 212 213 214 2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