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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눈물 맑은 하늘에 찌푸린 땅 어둡고 그늘진 곳에 누워 있는 꽃 한 송이 이제는 일어날 때에요 머지않은 봄, 소한 대한 다 지나고 구정 지나 입춘 얼마 남지 않았어요 상한 갈대를 꺽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시니 용기 있게 일어나 보세요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 숨쉬기도 어렵지만 능력과 확신을 주시는 분 손 잡고 일어나 당신이 살던 정든 꽃밭으로 오세요 수많은 꽃들이 조마조마 기다리는 곳 당신이 오시면 꽃밭의 꽃송이들은 봄바람인양 화기(和氣)에 찬 몸 흔들고 두 손 높이 들어 찬양하며 기쁨의 눈물 흘릴 거에요 눈이 오나 찬바람이 부나 낮이나 밤이나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꼬옥 오셔요 2011. 1. 25.
녹번 골짜기 모두의 삶이 암울했던 시절 우리 가족은 녹번 골짜기에 무허가 토담집을 짓고 살았다 그것도 어머니의 힘으로 이루어진 집 사방 여덟 자 방 두 칸에 부엌 하나 딸린 집 수십 수백 장의 연탄은 들이지 못하고 새끼줄 끼어 놓은 연탄 하나씩 들어다 땠다 우리 어머니는 자랑거리가 하나 생겼다 아들이 전방 소위가 되어 꼬박꼬박 부쳐오는 쥐꼬리만 한 봉급이 자랑스러우셨다 한 달에 한 번 돈을 찾으실 때마다 우체국 여직원에게 자랑 하셨단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얼마 뒤 소리소문없이 군복을 벗고 낯선 사회로 나와 뾰족한 대책도 없이 막연했기에 온 집안이 불 꺼진 밤거리처럼 캄캄했다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참았어야 했는데 쏟아진 물통처럼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우리 곁을 떠나신 날이 가까워질수록 철없던 내가 얄밉고 후회스럽기만 하다 2011. 1. 23.
안타까운 꽃 한 송이 시린 밤하늘에 별들은 따뜻한데 땅위엔 촉촉한 물기 하나 없는 얼굴 나는 할 말을 잊고 속울음만 삼킨다 당신은웃고 웃던 아름다운 꽃 한 송이 그렇게 화려한 꽃 피더니 언제부턴가 물도 없고 햇볕도 없는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여위어가는당신의 얼굴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물주지 않은 비정한 사람처럼 심한 죄책감에 빠지고 만다 섭리의 질서를 되돌려서라도 자라나고 꽃피게 하고 싶은 마음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 다시 맡고 싶다 먹고 자고 웃고 떠드는 꽃 한 송이당신을 보고 싶다 2011. 1. 21.
고통의 쓴 물 내앞에번민이몰려왔다 잠잠하던세월 평온하던세상 갑자기쏟아지는고통의쓴물 줄줄흐르다좍좍쏟아지면 순간좌절의웅덩이에담았다가 한초롱씩퍼들고 증오섞인한숨의계단에올라선다 다시는기억하기싫은 망각의하수구로쏟아버리고 내팽개치듯돌아선다 2011.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