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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후회 이른 새벽, 어머니 생각 스치니 내 가슴에 울먹이는 구름 한 조각 걸린다 불편과 짜증이 반복되는 계절이 멈춘듯한 구월의 백로 오늘 노령의 몸처럼 변덕스런 날씨에 변화무쌍한 감정마저 겹치는 나날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해가 뜨다가 힘없이 지면서 세상을 알아갔다 태어나 케케 묵어가는 나의 육신은 내 뜻대로 순순히 따름이 아니라 내 뜻을 저버리고 제멋대로 흐리다 말다 한다 구순을 바라보시던 어머니 얼굴에서 표정이 바뀌시며 쓸쓸하게 보인 것은 평소에 약을 잡숫지 않던 습관으로 말할 수 없는 육신의 아픔을 견디신 것이었고 날 낳으신 어머니의 키가 작아지시고 귀에 들리던 가냘픈 신음 소리와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신 무언의 시간은 아픔과 괴로움 모두 잊으려 하신 것을 뒤늦게 알아, 이제는 후회로움만 남아 있다 2010. 9. 10.
불을 밝히고 너와나는그때그사람 하지만,많은것이달라져있네 시간이라는수레바퀴를타고 신이나게굴러왔을뿐인데 부딪는바람에얼굴쭈그러들고 그림자에가린어두운가슴 무엇하나옛것을찾을수없네 지난날엔청정지역사람 지금은흙처럼사람처럼뒹굴고 몸도마음도가쁘기만한데 작아진꿈조차바늘귀마냥보이네 너와나어떻게할까 생각이생각을타고넘으면 상상의나래퍼덕이며살자하네 그것은실현화의촛불이니 심지를돋워불밝히자하네 2010. 9. 9.
당신께 드리는 선물 눈이 흐려도 당신은 잘 보이고 귀가 멀어도 당신은 잘 들립니다 귀여운 강아지 눈, 귀처럼 초롱초롱한 눈과 쫑긋한 귀를 드립니다 그네들은 황금과 몰약과 유향을 드리고 또 그들은 금목거리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드리지만 나는 나의 가장 귀한 것 하나를 드립니다 두 손바닥에 공손히 올려 드립니다 내 가슴속 붉은 마음, 저 깊은 내 영혼 하나 나에게서 가장 값진 선물 하나 붉은 마음 하나를 그대께 드립니다 오직 당신이기에 기쁜 내 마음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며 빚을 갚는 마음 그 마음의 징표 하트 하나를 드립니다 다이아 목걸이나 금반지보다 더 귀한 나의 것 모두, 붉은 영혼 하나 드립니다 온 맘과 정성 다해 드리오니 받아주소서 당신이여! 2010. 9. 6.
태풍이 쓸고 간 날 태풍이 쓸고 간 앙상한 자리 거기는 할 말을 잃고 적막이 깔렸다 불만스런 표현일 뿐 막을 길이 없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손으로 막지 못하고 다만, 기다리고 있을 뿐 지나가길 기다리며 속을 썩인다 평소 땀 흘리는 삶 살았다고 태풍이 너그럽게 봐주지 않았다 셔터가 쭈그러지고 간판이 떨어지고 묵은 나무가 뽑히고 부러지고 에어콘 실외기가 쓰러지는 난동 태풍이 불어오면 다리 밑에 잠자던 사람들도 말없이 눈을 떠 바람이 불면 어쩔 수 없는 사람들 부는 대로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 지나가고 나면 망각의 사람들은 잊고 산다 그러면서 닥치면 불안에 떠는 사람 날카로운 바람 소리에 옴짝하지 않을 때 옥상에 화분 하나 뒹굴고 있다 2010.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