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67 진달래꽃밭에서 진달래꽃밭에서/鞍山 백 원 기 아무도 보이지 않는 한적한 산길 무리 지은 진달래꽃밭을 지나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 참이나 서 있었다 내 마음과 몸은 넉넉한 평화로움에 잠시 깊은 상념에 젖었다 연분홍 꽃잎은 붉어진 웃음 머금어 환한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건넬 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고 가지런히 도열해 향기 뿜는 진달래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여기저기서 나를 향한 사랑의 손짓 산중에 진달래꽃은 타오르는 정열의 화신 누가 밤중에 내려와 심어 놓고 새벽이 오기 전 황황히 떠났을까 수줍은 진달래 아가씨 붉게 물들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화려한 자태 바라보는 사람마다 다문 입이 열리고 감았던 눈도 크게 떠 달려가면 비 온 뒤의 상큼한 산 냄새가 어우러진 진달래꽃밭에서 입맞춤하다 떠나야 하는 것조차 잊.. 2011. 4. 24. 봄비 봄비/鞍山 백 원 기 내 얼굴에 따스한 바람 스치며 촉촉한 손끝으로 살포시 만져준다 베일에 가린 듯 태양은 희뿌옇고 온누리는 묵상하듯 무릎 꿇어 고요가 밀물처럼 몰려들 오면 두 귀를 막은 듯 막막한 세상이 된다 엷은 낙숫물 소리에 잠 깨어 귀 기울면 토실토실한 아가의 작은 손바닥으로 굳게 닫힌 창문을 앙증맞게 두드린다 아가야 어서 오너라 마음 활짝 반기면 온갖 생물이 화답하며 깨어나는 소리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심중에서 들려온다 이제부터 시작이니 첫걸음이 새로워 미소 짓고 걸어오는 소리 먼 데서 들리면 땅에서 일어서는 환희의 함성 내려오는 봄비를 향해 두 손들어 맞이하는 기쁘고 행복이 가득한 생명 잔치 열린다 2011. 4. 23. 꽃 비가 떨어지던 날 꽃 비가 떨어지던 날/鞍山 백 원 기 꽃 비가 떨어지던 날은 슬펐어요 찬비에 젖어 떨어지던 꽃잎 웨딩드레스 위로 화려하게 뿌려지던 꽃 비 생각에 그만 슬퍼졌어요 축복의 꽃 비는 別離의 꽃 비로 떨어져 너무 마음이 아팠던 그날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는 날이었어요 온갖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쓸쓸한 마음을 전하는 꽃 비 떨어져 쌓이는 꽃잎은 눈물짓고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만 했어요 2011. 4. 21. 그 불은 꺼질 줄 모른다 비가 오면 꺼질까 눈이 오면 꺼질까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고 바람 불어도 거지지 않는 그 불이 이상도 하다 보고 싶어 기다려지는 마음의 불 만나고 싶어 달려가고 싶은 뜨거운 불 다 타고 남은 재로 덮었건만 어느 누구의 충동도 없이 나 홀로 밀려오는 아픔에 뒤적거려보면 빨간 불꽃이 살아나고 있음을 본다 그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시간이 가다 날이 가고 달이 가다 해가 지면 다 잊힌다 하기에 안심하였더니 어찌 이날 이때 까지 남아 있을까 두 눈 마주 보며 그리움 토해내야 사그라질 것만 같은 그 불꽃은 내 주위에서 날이 밝도록 숨바꼭질하며 나를 놀리다가 놀래주며 꺼질 줄 모른다 2011. 4. 20. 이전 1 ··· 157 158 159 160 161 162 163 ··· 2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