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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뉨의 벽 사람은 누구나 자기 솜씨대로 살기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 담이 하나 생긴다 세월이 감에 이끼가 끼고 자꾸만 더께가 앉다가 나뉨의 아픈 벽은 두껍게 굳는다 내 솜씨 자랑에 갈라진 벽 내 솜씨 대로의 삶은 높은 담 하나 세워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 슬퍼진다 내 육체로 막힌 담을 헐자고 내 육신을 부딪혀 생채기 날 때 내가 너의 가슴에 들어가고 네가 내 가슴에 들어와 나뉨의 벽을 헐어낸다 내 손은 마음을 건네주고 내 발은 마음이 갈 길을 앞장서간다 2010. 4. 22.
쉽게는 잊지 않으리 그립다 그립다 하던 내 마음 멍울 지어 쌓여만 가더니 봄이 온듯하다 찬바람이 불던 날 슬그머니 몸살이 오고 말았다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아픔 생각나고 기다려지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없는 나약함잊은 듯 오지 않는 이 기다리는 홀로선 괴로움의 나날 속에 결국은 스러지는 고통에 휘말리지만 푸른 등 켜지는 날엔 달려올 임 쉽게는 잊지 않으련다 2010. 4. 19.
조는 사람 내 옆에 조는 사람 하나 있다 다소곳이 고개 숙인 얼굴 핏기 하나 없이 주름만 무성하다 듬성드뭇 머리칼은 빠지고 초췌한 모습이 보는 이로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 졸음은 그의 고단한 삶을 자맥질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러하지 않았는데 팽팽한 얼굴에 검은 머리칼 웃으면 하얗게 드러나던 이 항상 웃음이 가득하던 입술 무심한 세월이 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구나 가냘픈 숨소리 따라 고단한 꿈이 천천히 흘러간다 2010. 4. 16.
전화가 없다 자꾸만 휴대전화를 열어봐도 찍힌 번호가 없다 아무리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소리 진동으로 돌려놓아서일까? 다시 진동을 풀어놔도 조용한 게 이상하다 올 것만 같은데 오지 않는 전화 내가 먼저 해볼까나? 그리운 얼굴 눈앞에 어른거리고 듣고픈 목소리에 귀가 시리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들던 전화 비가 그치듯 뚝 끊어진 고요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온다 그토록 길든 길 위에 뜨막한 발걸음이 서운하다 2010.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