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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찬바람이 싸늘한 기차역에서 며칠째 손목시계를 드려다 보며 안절부절 기다려보는 것처럼 올 것만 같은데 오지 않는 봄 기어이 오지 않고 지루하다 못 해 짜증 나는 기다림의 끈을 기진맥진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깟 봄 오지 않으면 겨울 속에 들어 앉지 투정도 심술도 부려보지만, 너무 얄미운 봄 꽃이 필만 하면 싸늘한 찬바람 불어오고 오던비는 차갑게 얼려 눈비로 내리게 해 웅크리다 못 해 오그라지는 꽃눈들이 애처롭다 봄맞이하기까지는 숱한 고통 꽃샘추위 견디려 벗으려던 옷 다시 껴 입고 감기 들까 봐 마스크로 중무장하지만 따뜻한 봄 기다리는 마음 춥고 쓸쓸하다 봄이 오나 싶어 달려가면 봄은 보이지 않고 감기 몸살만 으스스 몸 안에 들어와 며칠씩 기다림의 고통을 겪는다 봄은 와야 오나 보다 2011. 3. 30.
이름 석자 이름 석자/백원기 길지도 않은 이름 석자 나 태어날 때 고심 끝에 지어주신 이름 불러보고 또 불러보다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이름 지어주셨다 그렇게 귀한 이름 석자 받았으니 뜨거운 보답의 삶 살아 드려야 하겠다 살다 보니 해일처럼 밀려오는 세파 나만을 위한 삶에 급급하다 부모님 지어주신 이름 둔 곳도 모르고 태어난 것조차 망각한 채 누구인줄도 모르게 오늘을 산다 2011. 3. 24.
작은 위로 무심히 길을 지나가고 있는 나 잠깐, 하며 멈춰 세운 지인 네, 오래간만입니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죠? 인사가 끝났을 때 그는 나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집 안사람이 먼저 떠났어요" 먼저 떠나다니요? "작년 11월, 한 달 만에..." 나는 깜짝 놀랐다그동안 뵐 수 없던 까닭이 유난히 추웠던 겨울 탓인가 했지만 건강하고 유머러스하던 아주머니가? 지인의 눈가에 이슬이 반짝이고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안타깝고 걱정스런 마음 하나 뜨겁게 그의 가슴을 덮혀줄 뿐이였다 2011. 3. 22.
수필/돌아온 그해 4월 돌아온 그해 4월/백원기 매년 4월이 오면 피 끓는 청춘으로 돌아간다.4월이면 나의 젊은날 기념일이 여럿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계획된 청운의 뜻을 품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한 희망적인 기념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흘러가야하는 나의 빈약한 삶 속에서 딛고 갈 수밖에 없었던 안타깝고 쓰라린 기념일이며 잊힌 시절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것도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4월 5일은 나의 결혼기념일이다. 북한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한 68.1.21 다음 달인 2월에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던 p학교 11기로 입교하여 6개월에 걸친 교육을 받고 대기 중(기동타격임무)이였는데 그다음 해인 4월5일에 영등포 영동교회에서 가난하고 피곤하며 쓸쓸한 결혼식을 담임목사님 주례로 식을 올린 날이다. 시절이.. 2011. 3. 22.